비정형적으로 그어진 선의 집합체는 시작과 끝의
정함이 없는 유기적 형상이기도 하나 공간에 흩어진 선의 교차점을
이어보면 독립적인 움직임을 갖는 하나의 파편이 될 수 있다.

보편적, 절대적 진리에 반하는 프리드리히 니체의
관점주의(Perspectivism)에서 시작된 공간 분할적
아트 베딩은 인간의 뇌리에 존재하는 선의 고착화된 이미지에서
탈피하여 선 밖의 유동적 양상이 시공간 속에 무수히
확장되어가는 찰나, 그 ‘조각의 순간’에 집중한다.

픽션과 논픽션이 구분되지 않는 매개된 실재는
추상적 제스처를 취하며 관람객들의 관조적 시선과
경험의 흔적에 따라 수십 번 융합되고 해체되는 일련의
연쇄 반응을 반복하여 결국 연속적인 무상(無常)에 이른다.
저마다 다른 리듬감을 지닌 선들이 스스로 공간을 가로지르며
형성된 파편은 공간 드로잉의 결과물이자 끝없이
반복되는 우연적 요소들의 공시적 풍경임을 은유한다.